셀 수 없는 것들이 우리 안에
Fernado Pessoa
셀 수 없는 것들이 우리 안에 산다,
내가 생각하거나 느낄 때면, 나는 모른다
생각하고 느끼는 사람이 누군지.
나는 그저 느끼거나 생각하는
하나의 장소.
나에게는 하나 이상의 영혼이 있다.
나 자신보다 많은 나들이 있다.
그럼에도 나는 존재한다
모든 것에 무심한 채.
그들의 입 다물게 해 놓고, 말은 내가 한다.
내가 느끼거나 느끼지 않는
엇갈리는 충동들이
나라는 사람 안에서 다툰다.
나는 그들을 무시한다. 내가 아는 나에게 그들은
아무것도 불러주지 않지만, 나는 쓴다.
『시는 내가 홀로 있는 방식』(민음사 2018)
내 안에는 여러 명의 내가 존재하지만, 나를 대표 하는 나는 평소에 쓰는 말과 글에 의해 결정되기도 하고 행동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실제로 나는 나 외에 팔등신 애인과 매일 같이 환락의 시간을 보내는 내가 있고 기아로 죽어가는 아프리카 아이들을 위해 전 재산을 기부하고 싶은 내가 있지만
그 일로 말을 하거나 실행한 적이 없으므로 둘 중에 나는 없다, 그러나 미래의 내가 있을지는 모른다
그러기에 수많은 내 안의 나 중에 어떤 나를 구축해 가느냐에 따라 존경받는 인물이 하루아침에 파렴치한이 되기도 하고 주변머리 없던 소시민이 일약 스타가 되기도 한다
그처럼 우리는 우리 자신을 무수히 속이고 기만하면서 나를 빛나게 하거나 흐리게 하며 살고 있다, 마음에 없는 미소를 지으면서
안성우
시인
경제학박사
2018 계간『인간과 문학』등단
유한대학교 겸임교수 역임
한라엠앤디 대표이사
시집『가면의 시대』
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