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Wegovy) 주사제가 탈모를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근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위고비를 맞은 사람은 다른 다이어트 약인 콘트레이브(Contrave)를 복용한 사람보다 탈모 진단을 받을 가능성이 약 50% 더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14일(현지시각) 베리웰헬스에 따르면,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의 응급의학과 소속 모힛 소디(Mohit Sodhi) 박사 연구팀은 위고비의 주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를 맞은 1900명과 콘트레이브를 먹은 1350명을 비교 분석했다. 이들은 탈모와 관련 있는 질환들인 다낭성 난소증후군, 우울증, 스테로이드 사용, 갑상선 문제 등을 고려해 분석을 진행했다.
그 결과 여성 22명, 남성 1명이 탈모 진단을 받았으며, 참여자 중 여성의 비율이 훨씬 높았다. 연구를 진행한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의 응급의학과 레지던트 모힛 소디 박사는 "탈모는 삶의 질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약을 시작하기 전에 이런 부작용을 미리 알고 결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위고비 임상시험에서도 약을 맞은 사람 중 3.3%가 탈모를 경험했고, 위약(가짜 약)을 맞은 그룹에서는 1.4%만 탈모를 겪었다. 특히 체중을 많이 뺄수록 탈모 위험이 더 높았다.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해부터 위고비 같은 GLP-1 계열 약을 맞은 사람들 중 탈모, 구토로 인한 흡인, 극단적인 생각 등 이상 반응을 조사하고 있다. 다만 탈모에 대한 추가 발표는 아직 없는 상태다.
◆ 다이어트 주사약, 늘 탈모 일으키나?
그렇다면 왜 이런 주사제가 탈모를 일으킬까? 여러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다. 우선, 몸무게가 너무 빨리 줄어들면 '휴지기 탈모'라는 현상이 생길 수 있다. 이건 몸에 갑작스러운 변화가 생기면서 머리카락이 자라는 단계를 멈추고 빠지는 단계로 바뀌는 것이다. 보통 몇 달 뒤에 머리카락이 빠지기 시작한다.
세마글루타이드는 다른 약보다 체중을 더 빨리 줄이기 때문에, 몸에 더 큰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또 이 약은 식욕을 줄여 식사량을 감소시키고, 그로 인해 몸에 필요한 영양소가 부족해질 수도 있다. 일부는 구토나 소화불량 같은 부작용으로 음식에서 영양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할 수도 있다.
미국 뉴욕의 메모리얼 슬로언 케터링 암센터 피부과 의사 앤서니 로시 박사는 "단백질뿐 아니라 철분, 아연, 비타민 B군, 셀레늄 같은 영양소가 모발 건강에 꼭 필요하다"며 "이런 약을 맞는 사람 중에는 본인도 모르게 식사를 적게 하거나 영양 부족 상태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여성이 위고비를 맞고 탈모를 겪는 비율이 남성보다 높은 이유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다만 몇 가지 가능성이 있다. 첫째, 체중이 빨리 줄면 여성 호르몬 균형이 무너질 수 있고, 그 과정에서 남성 호르몬이 늘어나면 탈모가 생기기 쉽다. 둘째, 여성은 생리 때문에 철분이 부족해질 가능성이 높다. 철분 부족은 탈모와도 관련이 있다.
◆ 탈모 피하려면 할 수 있는 방법이
그렇다면 탈모 위험이 있다면 위고비 같은 주사제를 피해야 할까? 로시 박사는 단순히 체중 숫자만 줄이기 위해 이 약을 맞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조언했다. 심장 건강을 좋게 하거나 당뇨병 관리처럼, 건강을 위한 목표가 있을 때 의사와 상담해 맞는 방법으로 복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디 박사도 "세마글루타이드는 실제로 건강에 도움이 되는 약"이라며 "하지만 고도비만이거나 당뇨 조절이 잘 안 되는 사람이 이 약을 쓸 때와, 단순히 행사 전에 살을 빼고 싶은 사람이 맞는 건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한편, GLP-1 계열 약을 맞고 있거나 시작할 예정이라면 비만 전문의나 믿을 수 있는 의료진과 상담을 통해 내 몸에 맞는 복용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다. 영양소가 부족하지 않게 식사를 조절하고, 적절한 용량으로 약을 맞는다면 탈모 같은 부작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출처: 조세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