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보인다
신경림
광화문광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 사이에
사막과 초원까지 가서 찾던 별이 보인다
종로 을지로 그리고 서울을 온통 뒤덮은
뜨거운 숨결과 숨결 속에 별이 보인다
술집을 메운 내 옛친구들의 늙은 얼굴에
죽은 친구들, 멀리 간 친구들이 어른대는 술잔에
탄식과 눈물로 주고받는 술잔에
이것이 나라냐는 울분 속에 별이 보인다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어린 눈망울에
엄마와 아빠, 딸과 아들이 함께 부르는 노래 속에
서로 잡은 손과 손, 어깨와 어깨 사이에
지리산 소백산까지 가서 찾던 별이 보인다
너무 어두워 서울 하늘에서는 사라진
반짝반짝 빛나는 별이 보인다
눈비도 아랑곳없이 늦도록 흩어지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촛불들 사이에 별이 보인다
『살아 있는 것은 아름답다』(창비/2025)
그때 그랬다
버스를 타고 열차를 타고 몰려들었다
밭일을 멈추고 퇴근을 미루고 교복을 입은 채로
썩을 줄 모르고 선택한 기둥을 보고만 있을 수 없어서
전라에서 경상에서 탐라까지
내 손으로 세운 기둥 내 손으로 바꿔야 한다는 일념으로
골목에서 거리로 거리에서 광장으로
손가락만 한 촛불들이 하나둘 모여들어 은하를 이루고
절박한 메아리가 푸른 기와집 성벽을 넘었다
그때 우리는 봤다 희망의 별을
권력에 기생하는 바이러스가 나라를 곪게 만들었을 때
총칼이 없어도 도려낼 권리 우리에게 있다고 외치는 별들을,
진실의 눈으로 봤다
다시는 쇼맨십에 넘어가면 안 된다며
맞잡은 손과 손 사이로 북받치는 어깨와 어깨 위로 울분하던 별들을,
그랬었던 기억이 엊그제인데
어퍼컷 한 방에 현혹되어 선택한 기둥이 또 못쓰게 되어
다시 세우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언제까지 우리는 별이 될 수 있는가? 언제까지라도
나라 기둥이 바로 세울 수만 있다면
좌우 편 가르지 않고.
안성우
시인/경제학박사
㈜한라엠앤디 대표이사
유한대학교 경영학부 겸임교수 역임
계간 『인간과 문학』등단
시집 『가면의 시대』
에세이 『5무 인생의 평범한 성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