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벼랑
손택수
벼랑을 쥐고 꽃이 피네
실은 벼랑이 품을 내어준 거라네
저 위에서 오늘도 누가 밥을 짓고 있나
칭얼대는 어린것을 업고
옥상 위에 깃발처럼 빨래를 내다 말리고 있나
구겨진 옷 주름을 몇 번 더 구기면서,
착지 못한 나머지 발을 올려놓으려
틈을 노리는 츨근버스 창밖
찡그리면서도 꽃은 피네
실은 찡그림마저도 피어나 꽃이라네
『떠도는 먼지들이 빛난다』(창비/2015)
“저놈이 커서 사람 구실이나 할 수 있을까”라는 소릴 들으며 자란 아이,
성인이 돼서도 심약하긴 마찬가지
맞닥뜨린 낯선 바람 거친 파도 앞에 좌절하여 음독을 시도 했으나
저승의 문턱에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게 된 루저 인생,
벼랑 끝에 매달린 심정으로 행상을 하기 위해 봇짐을 들고
승차를 거부하는 만원 버스 안내양을 밀치며 버텨낸 하루하루
숙맥인 입에서 발악하듯 터져 나오는 생존의 몸부림 가눌 수 있게
품을 내어준 세상의 고마움이 있었기에
같은 처지의 인연들 눈빛을 뒷배 삼아
세파에 흔들리면서도 꺾이지 않고 아슬아슬 피워낸 삶 · · · ·
마음을 흔든 詩句가 굴곡진 길을 걸었던 추억을 불러들여
험준한 벼랑에 몸을 낮추며 자라는 꽃과 나무들은 왜
아름다움을 넘어 신비스럽게 느끼게 되는지
어느 시인의 노래처럼
“살아 있는 것은 아름답다”라는 구절을 실감 해보는 시간이다.

안성우
시인/경제학박사
㈜한라엠앤디 대표이사
유한대학교 경영학부 겸임교수 역임
계간 『인간과 문학』등단
시집 『가면의 시대』
에세이 『5무 인생의 평범한 성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