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제약사 암젠(Amgen)이 개발 중인 차세대 비만·당뇨 치료제 마리타이드(MariTide)가 임상 데이터 공개를 통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기존 GLP-1 계열 치료제가 주도해온 비만·대사질환 치료 시장에서 투여 편의성과 작용기전 차별화를 앞세워 새로운 경쟁 구도를 형성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암젠은 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 Morgan Healthcare Conference에서 마리타이드의 임상 2상 연장 결과와 당뇨 환자 데이터를 포함한 발표를 했으며, 이 자리에서 체중 유지 효과와 HbA1c 개선 가능성을 소개했다. 발표에 따르면 마리타이드는 체중 감소 효과 면에서 일라이릴리의 '젭바운드(Zepbound)',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Wegovy)' 등 기존 주 1회 주사형 GLP-1 치료제와 유사한 수준의 감량 효과를 보이면서도, 월 1회 또는 분기 1회 투여 가능성을 확인했다.
GLP-1과 GIP를 동시에 겨냥한 차별적 접근
마리타이드는 단순한 GLP-1 수용체 작용제가 아니다. 이 약물은 GLP-1 수용체를 자극하는 동시에 GIP(위억제펩타이드) 수용체를 억제하는 독특한 기전을 기반으로 한다. 이는 기존 치료제들이 주로 식욕 억제와 포만감 증가에 초점을 맞춘 것과 달리, 에너지 대사 전반을 조절하는 접근으로 평가된다.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제2형 당뇨병 환자군에서의 혈당 개선 효과다. 암젠에 따르면 일부 임상 참여자에서 HbA1c(당화혈색소) 수치의 의미 있는 감소가 관찰됐으며, 이는 마리타이드가 단순 비만 치료제를 넘어 당뇨·비만 복합 대사질환 치료 옵션으로 확장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주사 빈도'가 바꿀 치료 지속성
전문가들은 마리타이드의 가장 큰 경쟁력이 투여 빈도 감소에 있다고 평가한다. 현재 GLP-1 계열 치료제의 가장 큰 한계 중 하나는 장기 복용에 따른 부담과 중도 중단률이다. 주 1회 주사조차 환자에게는 상당한 심리적·물리적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내분비 전문의들은 "월 1회 또는 분기 1회 투여가 현실화될 경우, 치료 순응도는 획기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며 "이는 장기 체중 관리와 당뇨 합병증 예방 측면에서 임상적으로 큰 의미를 갖는다"고 평가한다.
2026년, 암젠의 '도약의 해'
암젠 경영진은 2026년을 '스프링보드(Springboard) 연도'로 규정하며, 마리타이드를 핵심 성장 동력 중 하나로 제시했다. 암젠의 로버트 A. 브래드웨이(Robert A. Bradway) CEO는 “마리타이드는 월 1회 또는 그보다 적은 빈도로 투여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어 강력한 효능과 편의성을 동시에 제공함으로써 환자, 처방의, 보험자에게 매우 매력적인 조합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암젠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6건의 3상 MariTide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며, 비만·제2형 당뇨 외에도 심혈관·심부전·수면무호흡 등 연관 질환을 겨냥한 연구를 포함하고 있다.
다만 시장 경쟁은 여전히 치열하다.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는 이미 대규모 생산 능력과 처방 경험을 확보하고 있으며, 차세대 경구형 GLP-1 개발도 병행 중이다. 마리타이드가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효과의 일관성, 안전성, 가격 전략이라는 세 가지 관문을 넘어야 한다.
치료 패러다임 전환의 신호탄 될까
마리타이드는 단순한 신약 후보를 넘어, 비만·당뇨 치료의 패러다임 전환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얼마나 많이 빼느냐'에서 '얼마나 오래, 편하게 유지하느냐'로 치료 목표가 이동하는 시점에서, 암젠의 전략은 분명한 방향성을 갖는다.
향후 미국당뇨학회(ADA) 등 주요 학술대회에서 추가 데이터가 공개될 경우, 마리타이드는 글로벌 대사질환 치료 시장의 핵심 변수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업계의 시선은 이제 마리타이드가 임상 성과를 넘어 실제 치료 현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에 집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