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이 또 한 번의 전환점을 앞두고 있다. 지금까지 치료의 중심이었던 주사형 GLP-1 계열 약물에서 벗어나, 경구용(먹는) 비만 치료제가 본격적으로 시장에 등장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노보노디스크(Novo Nordisk)와 일라이릴리(Eli Lilly)를 중심으로 주요 글로벌 제약사들은 최근 몇 년간 경구용 GLP-1 기반 비만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업계에서는 이르면 2026년을 전후해 알약 형태의 경구용 비만 치료제가 시장에 등장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위고비·젭바운드' 이후의 다음 수
현재 비만 치료제 시장은 주사형 GLP-1 수용체 작용제가 주도하고 있다.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Wegovy), 일라이릴리의 젭바운드(Zepbound)는 임상시험과 실제 처방 현장에서 15~20% 수준의 체중 감소 효과를 보이며 비만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주사 투여 방식에 대한 심리적 부담, 장기 치료의 불편함, 공급 불안정 문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복용 편의성이 높은 경구용 치료제가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된다.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는 각각 경구용 GLP-1 치료 전략을 통해 주사제를 보완하거나 대체할 차세대 비만 치료 옵션의 시장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노보노디스크는 경쟁사들보다 먼저 경구용 비만 치료제 시장에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의 경구 제형에 대해 FDA 승인 심사가 진행 중이며, 승인 결정이 2025년 말~2026년 초에 이뤄질 경우 초기 상용화 역시 2026년 초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라이릴리는 GLP-1 계열의 경구용 비만치료제 후보 물질인 '오르포글리프론(orforglipron)'에 대해 승인 및 상용화가 2026년에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다수 업계 분석과 보도에서 나오고 있다.
효능보다 '접근성'… 치료 문턱 낮춘다
경구용 비만 치료제는 주사제와 동일한 수준의 체중 감소 효과를 즉각적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의료계는 효능 못지않게 '접근성'의 가치에 주목하고 있다.
알약 형태의 치료제는 주사에 대한 거부감으로 치료를 미뤘던 환자, 비교적 초기 단계의 비만 환자, 장기적인 체중 관리가 필요한 대사질환 환자에게 치료 진입 장벽을 낮출 수 있는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일부 경구용 GLP-1 후보 물질은 임상시험에서 체중 감소 또는 기존 감량 효과 유지라는 의미 있는 결과를 보이며, 주사제 이후의 관리 치료 혹은 병용 치료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비만 치료제 시장, 다시 한 번 확장 국면으로
경구용 비만 치료제가 시장에 안착할 경우, 비만 치료제 시장의 외연은 한층 확대될 전망이다. 기존의 중증 비만 환자 중심에서 벗어나 경도 비만, 대사증후군, 당뇨 전단계 환자까지 치료 대상이 넓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비만 치료를 단기 체중 감량이 아닌 만성 대사 질환 관리의 영역으로 확장시키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의료계에서는 향후 비만 치료가 주사제와 경구제가 공존하며 환자 상태에 따라 선택되는 구조로 재편될 가능성도 거론한다. 따라서 2026년은 비만 치료가 단일 주사제 중심에서 벗어나, 다양한 제형과 치료 전략이 공존하는 시기로 접어드는 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안전성과 비용, 여전히 남은 과제
다만 장기 복용에 따른 안전성 검증, 약가 및 보험 적용 문제, GLP-1 계열 약물을 둘러싼 시력 이상 보고 등 안전성 논란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먹는 비만 치료제가 비만 치료의 새로운 전환점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는 향후 시장 안착 과정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