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리칸이란 무엇인가?
글리칸(영어: glycan) 및 다당류라는 용어는 IUPAC에 의해 "글리코사이드 결합으로 연결된 다수의 단당류로 구성된 화합물"을 의미하는 동의어로 정의된다. 그러나 실제로 글리칸이라는 용어는 탄수화물이 올리고당 뿐이더라도 당단백질, 당지질, 프로테오글리칸과 같은 당포합체의 탄수화물 부분을 지칭하기 위해 사용될 수도 있다. 글리칸은 일반적으로 단당류의 O-글리코사이드 결합으로만 구성된다. 예를 들어 셀룰로스는 D-포도당이 β(1→4) 글리코사이드 결합으로 연결된 글리칸.
[엠디저널] 2022년 노벨화학상 수상자는 캐롤린 버토지(Carolyn R. Bertozzi), 모르텐 멜달(Morten Meldal), 그리고 배리 샤플리스(K. Barry Sharpless)가 클릭반응(Click Chemistry)와 생체직교화학(Bioorthogonal Chemistry)를 개발한 공로로 공동 선정되었다.
2022 노벨화학상 공동수상자인 캐럴린 버토지(55) 미국 스탠포드대 교수, 모르텐 멜달(68) 덴마크 코펜하겐대 교수, 배리 샤플리스(81) 미국 스크립스연구소 연구교수. 노벨상위원회 제공
샤플리스 교수와 멜달 교수는 분자 구성단위를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 '클릭화학'의 기초를 마련했다. 또한 버토지 교수는 클릭화학을 응용해 생체에 적용해,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린 성과를 인정받고 있다. 세 석학 모두 공통된 분야를 통한 대단한 성과를 이뤘지만, 여기서는 그중에서도 버토지 교수를 중점적으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버토지 교수는 살아있는 생명체의 세포표면 생체분자를 표적으로 작용하는 클릭화학을 연구해왔다. 그리고 이 부분은 최근 새로운 건강의 키워드인 ‘글리칸(glycan, 당사슬)’과 연관되어 있기도 하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클릭화학에 대해 먼저 알아봐야 한다.
[클릭화학이란?]
그렇다면 클릭화학이란 무엇일까? 노벨상과 관련된 엄청난 이름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리 무지막지한 개념은 아니다. 오히려 깔끔하고 효율적인, 가까워지고 싶은 명칭에 가깝다.
우리는 현재 플라스틱, 합성섬유, 식품과 의약품 등 화학 연구의 결과물에 둘러쌓여 살고 있는데, 사실 이러한 화학물질 생산 과정에서 에너지와 소음, 유독한 공해물질 등의 부산물이 발생할 수 밖에 없어 문제가 많다.
여기서 등장한 것이 바로 클릭화학인데, 까다롭고 긴 시간에 걸쳐 복잡한 물질을 합성해내는 대신, 컴퓨터 마우스를 클릭하듯 ‘똑딱'하고 2가지 성분을 요율적으로 연결시키는 반응을 바로 클릭화학이라 부르는 것이다.
클릭 화학 예시© Anny Brunning
버토지 교수는 바로 살아있는 생명체에서 적용이 가능한 클릭반응 방식을 개발했고, 이를 ‘생체직교화학반응’이라고 명명했다. 숨 쉬며 살아있는 매 순간 끊임없이 정교한 화학반응이 일어나는 생명체의 몸 안에서 그 방법을 찾은 것이다. 이 화학반응은 실험실이나 산업현장에서 일어나는 그런 화학반응과는 다른데, 낮은 온도에서 조용하고 빠르게 이루어진다.
[왜 클릭화학을 주목해야 하나]
클릭화학이 필요한 것은, 바로 목적을 달성하면서도 그 부작용은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인체에서 발생하는 화학반응은 안전이 1순위기 때문에, 이러한 부산물과 부작용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산업 활용을 위해 합성할 때는 이러한 부산물을 줄이는 다른 작업을 병행할 수 있지만, 살아있는 생명체의 세포와 직접 반응을 일으키는 의약품의 경우에는 이런 처리가 힘들다. 이 때문에 같은 양의 의약품을 사용해도 더 효율적인 목표 반응, 즉 높은 수율이 보장되어야 하는 것이다.
멜달 교수와 샤플리스 교수는 각각 구리를 촉매로 쓰며 아자이드(Azide) 분자와 알카인(Alkyne) 분자를 반응시키고 고리화하며 트리아졸을 만드는 방법(CuAAC)을 세상에 선보였다 © Anny Brunning
클릭화학은 간단한 촉매를 이용하여 원하는 화합물을 높은 수율로 얻는 합성법이다. 쉽고 간편하게 원하는 반응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생명과학 측면에서는 각광받는 방식이다.
또한 주목할만한 점은, 버토지 교수는 생체 내에서는 찾기 힘든 탄수화물을 조사했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앞서 언급한 글리칸, 또는 글리코영양소(Glyconutrients)라는 당사슬이다. 이는 세포막에 위치한 단당들의 결합으로 연결된 화합물로, 우리 몸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중요성과는 별개로, 글리칸 연구는 쉽지 않은 과제였다. 글리칸은 많은 수의 단당이 결합된 화합물이었기 때문이다. 글리칸은 단백질에 결합되거나 지질에 결합된 경우가 대부분으로, 연구를 위해서는 그 구조를 정확히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핵산이나 단백질의 경우 개별 단위체가 하나의 순서로 연결되는 단순한 구조여서 쉽게 분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글리칸의 경우 단위체인 단당의 결합부위가 매우 다양하고, 결합 방식도 다양해 그 분석이 매우 어렵다.
이러한 이유로 분자 생물학 관점에서 이 글리칸 연구는 어려운 목표였다. 난이도도 난이도지만, 뚜렷한 방법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버토지 교수의 도전은 더욱 의미가 크다.
[글리칸이란?]
이해를 돕기 위해 ‘글리칸’이 무엇인가에 대한 보충설명을 조금 덧붙여보고자 한다. 그래야 이번 노벨상이 얼마나 획기적인 일인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글리칸의 가장 핵심이 바로 ‘의사소통'의 역할인데, 세포 사이에 흐르는 혈액 또는 체액 속에서 각종 영양소를 인지하고, 바이러스나 박테리아 같은 외부 이물질들을 구별하는 면역작용 역할을 한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8가지 당단백질(글루코즈, 갈락토즈, 만노즈, 퓨코즈, 자일로즈, 엔 아세틸 글루코사민, 엔 아세틸 갈락토사민, 엔 사세틸 뉴라민산)을 구성하고 있는 단당류(탄수화물의 일종)를 지칭하는 것이다. 당장 생명활동의 (1)세포간의 의사소통, (2)항체 기능, (3)항 감염 기능, (4)암세포의 성장 및 전이의 억제, (5)대사 관계, (6)호르몬 조절 기능, (7)산화 스트레스 보호 작용, (8)세포면역 및 면역계 조정기능, (9)중추신경계 관여, (10)줄기세포 활성화 등, 굵직한 것만 나열해도 이렇게 많은 역할을 한다. 그만큼 인간의 생명 활동에 필수적인 영양소라고 할 수 있어 그 중요성이 크다. 현재 전 세계에서 이 글리칸을을 약품이 아닌 건강보조식품으로 상용화한 것은 미국의 M사가 유일하다.
[암을 치료하기 위한 ‘클릭화학과 당사슬의 연계’]
버토지 교수는 이러한 두 개념을 조합해, ‘암 표적 치료'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현대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암을 해결할 놀라운 가능성을 발견한 것이다.
버토지 교수는 특히 종양세포, 암세포의 세포 표면에 구성되어 있는 글리칸을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그 결과 암세포 표면의 글리칸이 면역세포를 속이면서 신체의 면역기능을 방해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를 통해 밝혀진 바로는, 건강한 세포가 아픈 상태로 변하는 과정에서 당류가 비정상적인 변화를 보이며 이처럼 작용한다고 전해졌다.
1990년대부터 오랫동안 세포 표면의 글리칸을 매핑하기 위하여 살아있는 유기체 내부에서 작동하는 클릭 반응을 연구했다. © Anny Brunning
결국 암세포 표면의 글리칸이 종양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현재는 이에 착안, 형광 분자를 부착해 암세포 표면의 변질된 글리칸을 정확히 찾아내는 데에 이르렀다. 또한 인체의 면역세포를 속이는 암세포의 글리칸을 분해하는 효소에 특수한 항체를 결합한 의약품이 현재 개발중이다.
이같은 과정에서 클릭화학은 정상적인 신체활동을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체내에서 원하는 화학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획기적인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금까지 2022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주제인 ‘클릭화학'에 대해 알아보았다. 이 신기술은 최소 50% 이상의 높은 수율로 원하는 화합물을 얻을 수 있고, 더 나아가 다양한 신약 개발을 통해 질병을 극복하는 것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기대된다. 언젠간 더 나아가 인류에게 불필요한 화학 반응을 최대한 배제한, 꿈의 기술을 우리 모두가 매일의 일상에서 누릴 수 있길 희망해본다.
출처 : 엠디저널(https://www.mdjournal.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