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일봉의 힐링여행(13) / 전남 장성 백양사
애기단풍이 아름다운 호남의 명승지
글과 사진 / 송일봉(여행작가)
전라남도 장성군청에서 20km쯤 떨어져 있는 북하면 약수리. 이곳에는 아름다운 가을 단풍으로 널리 알려진 백양사가 있다. 백양사는 백제 무왕 때인 632년. 여환선사에 의해 ‘백암사’라는 이름으로 창건되었다. 이후 ‘정토사’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으나 훗날 ‘백양사’로 그 이름이 바뀌었다. ‘백양사’라는 이름을 얻게 된 데는 두 가지 설화가 전해진다. 첫 번째는 조선 선조 때인 1574년. 환양선사가 영천암에서 금강경을 설법할 때 뒷산에서 흰 양이 내려와 설법을 들었다는 설이다. 두 번째는 환양선사가 법화경을 읽을 때 그 소리를 듣고 흰 양들이 몰려드는 일이 많았다는 설이다.
백양사는 ‘조계종 총림’의 하나로도 유명하다. ‘총림’이란 “참선수행공간인 선원, 경전 교육기관인 강원, 계율 교육기관인 율원을 모두 갖춘 사찰”을 말한다. ‘조계종 총림’으로는 조계총림(순천 송광사), 덕숭총림(예산 수덕사), 고불총림(장성 백양사), 영축총림(양산 통도사), 가야총림(합천 해인사) 등이 있었다. 하지만 지난 2012년에 팔공총림(대구 동화사), 쌍계총림(하동 쌍계사), 금정총림(부산 범어사)이 추가되었다.
.백양사 대웅전 동자신선
*포은 정몽주와 노산 이은상도 찾아
오랜 역사를 지닌 사찰답게 백양사 경내 곳곳에서는 강한 기운이 흐르고 있다. 게다가 사찰을 둘러싸고 있는 기암괴석과 푸른 비자림, 그리고 마치 산불이라도 난 것처럼 붉게 타 들어가는 단풍은 백양사의 명성을 더하고 있다. 한때 구충제로 많이 쓰이던 비자열매가 열리는 백양사의 비자림은 현재 국가지정문화재인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백양사의 중심법당인 대웅전은 송만암 스님(1876~1957년)이 1917년에 중건했다. 송만암 스님의 법어 가운데는 “먼저 중이 되어라, 중이 되기 전에는 부처에 대해 얘기하지 말라”가 유명하다. 대웅전 안에는 신선들의 세상으로 꾸며져 있다. 천장 곳곳에 학, 봉황, 용을 탄 동자신선들이 매달려 있다. 그리고 대웅전 뒤편에는 불교의 ‘팔정도’를 상징하는 팔층석탑이 세워져 있다. 이 석탑 안에는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모셔져 있다.
백양사가 있는 백암산 일대는 오랜 옛날부터 호남의 명승지로 잘 알려져 왔다. 특히 계절마다 색깔이 변한다는 신비스런 백학봉을 비롯해 거대한 바위틈 사이에서 맑은 물이 솟아나는 약사암, 선녀들이 내려와 산양과 함께 목욕을 했다는 금강폭포, 그리고 천연의 바위굴인 영천굴 등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어 1년 내내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먼 옛날 백양사를 찾은 포은 정몽주는 “지금 백양승을 만나니 / 시를 쓰라 청하는데 / 붓을 잡고 생각하니 / 재주없음이 부끄럽구나”라고 백양사 일대의 아름다움을 미처 글로 표현하지 못함을 아쉬워하기도 했다.
백암산의 가장 대표적인 봉우리로는 단연 백학봉이 으뜸이다. 해발 630m의 이 거대한 바위봉은 마치 그 형태가 “백학이 날개를 펴고 있는 모습과 같다”라고 해서 ‘백학봉’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일찍이 노산 이은상은 “학바위(백학봉)의 신비스런 경치를 보지 않은 사람은 조화의 솜씨에 대해 아는 체를 하지 말라”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백학봉의 절경을 제대로 보려면 회백색의 절벽이 강한 햇살을 받아 흰색으로 빛나는 이른 아침에 찾는 것이 좋다.
백양사의 애기단풍
*호남제일의 단풍명소, 백양사
백양사 경내를 벗어나 백암산 정상을 향해 조금만 거슬러 올라가면 키가 약 20m에 이르는 비자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는 비자림을 만나게 된다. 이곳을 지나 오른쪽 산등성이를 따라 다시 20분 쯤 산길을 오르면 약사암이 나타난다. 약사암에서는 백양사 전경과 함께 백양사를 병풍처럼 감싸고 있는 커다란 바위봉들을 더욱 가깝게 볼 수 있어서 좋다.
백양사는 담양 추월산, 순창 강천사 등과 함께 호남의 대표적인 단풍나들이 명소로 손꼽힌다. 백양사의 단풍잎은 작고 촘촘한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애기단풍’이라고도 불린다. 백양사 입구에서 매표소까지 이어지는 약 1.5km의 도로 변에는 단풍나무 가로수들이 길게 이어져 있다. 그리고 매표소를 지나 백양사까지 이어지는 산책로에서도 아름다운 단풍을 감상할 수 있다.
산책로가 끝나는 곳에 자리 잡고 있는 쌍계루는 백양사의 단풍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명소 다. 붉게 물든 단풍나무에 둘러싸인 쌍계루의 단아한 자태와 백암산 중턱에 우뚝 솟은 백학봉이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다. 특히 연못에 비친 백학봉의 우아한 자태는 그야말로 ‘조화의 솜씨’를 보여준다.
이른 봄날의 고불매
*백양사 고불매
백양사에는 단풍 못지않게 봄마다 진분홍색 꽃을 피우는 오래된 매화나무도 있다. ‘고불매’라고 불리는 이 매화나무는 우화루 옆에서 이른 봄에 진한 향과 함께 깔끔한 꽃을 피운다. 본래 옛 백양사(현재 자리에서 북쪽으로 약 100m 지점) 앞마당에 심어졌던 것인데 1863년에 지금의 자리로 옮겨 심은 것이다.
당시 백양사가 폭우로 큰 피해를 입고 사찰을 옮길 때 살아남은 매화 두 그루(백매, 홍매)를 옮겨 심었는데 다행히도 살아남은 매화나무가 바로 지금의 ‘고불매’다. ‘고불매’라는 이름은 1947년에 백양사가 고불총림이 되면서 함께 붙여졌다. 지난 2007년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고, 수령은 약 350년으로 추정하고 있다.
백양사 쌍계루와 백학봉
▲찾아가는 길 : 호남고속도로 백양사나들목→국도 1호선→장성호→백양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