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당만 잡는 의사는 “50점 짜리”

최영주당당내과의원의 최영주 원장의 기준은 단호하다.
내분비내과 전문의로서 20년 넘게 진료 현장을 지켜온 그녀는 최근 당뇨 치료의 거대한 트렌드 변화를 '통합'이라는 단어로 요약한다. 과거에는 혈당 수치(당화혈색소)가 기준치 이내 면 안심했지만, 이제는 당뇨가 진단되는 그 순간(혹은 그 이전인 전 단계부터) 심장(Cardiovascular), 신장(Kidney), 간 (Liver)을 하나의 유기체로 묶어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 원장은 이를 'CKM(Cardiovascular-Kidney-Metabolic) 증후군'이라 강조한다. <엔도저널>, 그리고 <엠디저널>은 '당당하게, 그리고 건강하게' 질환과 동행하는 법을 설파하는 최영주 원장을 만나, 왜 우리가 단순한 수치 너머의 '체중' 과 '장기 보호'에 집중해야 하는지 그 심층적인 이유를 들여다보았다. <강지명 기자>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부탁드린다
내분비내과 전문의로 약 20년간 당뇨와 대사질환 환자를 진료해 온 의사 최영주이다. 현재 신촌역에서 최영주당당내 과의원을 운영하고 있다.
당뇨병 대가로 알려진 고 허갑범 선생님 밑에서 임상연구 를 진행하며 인슐린저항성에 대해 꾸준히 탐색해 왔다. 그 렇게 진료 현장에서 수많은 환자를 만나며, 당뇨병은 단순 한 수치 조절이 아닌 '인슐린 저항성'이라는 근본적인 원인 을 해결해야 함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 후부터는 약물 처방 을 넘어 환자의 근육량, 내장지방, 식습관 등 생활 전반을 분 석하여 몸의 대사 환경 자체를 개선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단순히 병을 치료하는 것을 넘어 환자가 주도적으로 질병 을 관리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유튜브와 각종 칼럼을 통해 올바른 의학 정보를 알리려 노력 중이다. 구체적으로는 대 한임상순환기학회 학술이사, 내분비임상진료연구회 학술이 사, 대한내분비학회 적정수가개발위원회 간사 등 관련 학회 에서 역량을 펼치고 있으며, 고혈압, 고지혈증, 신장 질환 등 당뇨와 연결된 합병증의 통합적 관리에 대해 동료 의사들을 대상으로 강의하며 연구와 임상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평소 '혈당 관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역설해왔는데
당뇨의 치료는 심장·신장·간 치료와 하나의 축으로 연결 되어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질환을 따로 관리했다. 당뇨 는 내분비, 심장병은 심장내과, 신장병은 신장내과에서 각각 다루는 식이다.
하지만 임상 경험이 누적되면서, 이 세 질환은 서로 원인 이 되고 결과가 되는 순환 구조라는 사실이 명확해졌다. 이 를테면,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면 지방간이 오고, 지방간이 심혈관 위험을 올리고, 고혈당과 고혈압이 신장을 손상시키 고, 신장 기능이 떨어지면 심부전이 악화되고, 이 모든 과정 에서 다시 혈당이 더 오른다. 완전히 서로 밀어 올리는 도미노 구조이다. 그래서 CKM은 이 연결된 위험을 조기에 끊어 내는 것이 핵심이다.
CKM은 4단계로 나눠서 설명하는데 단계가 딱 끊어지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흐름이다. 처음(1단계)에는 그냥 체중이 좀 늘고, 지방간이 생기고, 혈압이 살짝 올라가 는 정도로 시작한다. 그때는 생활습관이 가장 중요한 치료 다. 체중 5~10%만 줄여도 위험이 크게 떨어진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소변검사에서 미세알부민이 보이 거나, 간 수치가 오르거나, 혈압이 계속 높게 나오면 그때는 장기가 이미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한 단계다. 이것이 2단계 로, 이 시점에서는 생활습관 개선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관련 약제를 조기에 쓰는 것이 중요하다.
3단계로 조금 더 진행되면 실제로 신장 기능이 떨어지고 심혈관 위험이 뚜렷해지는 수준이 된다. 하지만 명확히 나 타나는 증상은 없기 때문에 숨어있는 심혈관질환을 찾아 내어 진행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 RAAS 차단제, SGLT2i, GLP-1RA 등을 조합해서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증이 더 진행되면 심부전이나 뇌졸 중, 반복적인 심근경색처럼 고위험 상황이 오는데, 이것이 4 단계다. 이때는 생명 연장과 삶의 질 유지가 목표다. 심장· 신장·내분비가 함께 보는 다학제 관리가 필요하다. 이 과정 에서는 약을 꾸준하고 정확하게 복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단순한 몸무게보다 '기능 이상 지방세포'를 강조했는데사람들이 흔히 비만을 이야기할 때 체중이나 BMI만 보지 만, 실제로 문제를 일으키는 건 '지방의 양'이 아니라 지방의 질, 다시 말하면 기능이 나빠진 지방세포이다.
지방세포가 한계에 도달해서 더 이상 에너지를 정상적으로 저장하거나 처리하지 못하면, 인슐린의 항지방분해 효과에 거의 반응하 지 않고 지속적으로 유리지방산(FFA)을 방출한다. 동시에 TNF-α, IL-6 같은 염증 사이토카인 분비가 증가하고 아디 포넥틴은 감소한다. 이 변화들은 전신 인슐린 저항성을 악 화시키고 지방 독성(lipotoxicity)을 유발한다.
결국 이 모든 질환의 뿌리는 하나다. 바로 '비정상적인 지 방 세포의 축적(Adiposity)'이다. 비만에서 시작된 염증이 췌장을 공격하면 당뇨가, 간에 쌓이면 지방간(MASLD)이, 심장과 신장에 과부하를 주면 신부전과 심혈관 질환이 발생 한다.

사용하는 약이 늘어나는 것을 두려워하는 환자들이 많다이제는 100세 시대에 걸맞는 훌륭한 약들이 개발되어 먹을 수 있게 된 시대다. 더군다나 우리나라는 의료접근성이 너무 훌륭하다. 전문인력이 넘쳐나고 약가도 외국에 비하면 상당히 저렴한 편이다. 이런 좋은 환경에서 합병증 진행을 그대로 내버려둘 이유가 있을까?
합병증으로 인해 투석이 시작되면 일주일에 세 번 병원에 와서 수 시간씩 누워 있어야 하고, 여행도, 식사 제한도 어렵 고 삶의 리듬이 완전히 바뀐다. 사회활동·직장생활·가족과 의 시간까지도 전부 영향을 받는다.
SGLT2 억제제나 피네레논 같은 장기 보호 약제는 병의 ' 단계'를 표시하는 게 아니라, '미래를 늦추는 기술'이다. 약이 늘어났다는 건 병이 나빠졌다는 신호가 아니라, 반대로 '지 금 개입하면 미래가 달라진다'는 의미다.
평소 동네 병원, 즉 1차 의료기관의 역할을 강조하는데대학병원 심장내과에서는 "시술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돌 려보내는 환자들을 1차 의료기관에서 끝까지 붙잡고 관리 해야 한다고 보는 편이다. 실제로 CKM 4단계라도 급성 증 상이나 event가 없다고 판단되면 바로 시술하지는 않는다. 스텐트를 예방적으로 시술한다고 하더라고 결국 생존에는 이득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시각의 차이는 왜 나타날까? 쉽게 말해 대학병원은 ' 당장 죽을 사람을 살리는 곳'이고, 1차 의료기관은 '그 순간 이 오지 않게 만드는 곳'이다. CKM 관점에서는 내과적 개입 (SGLT2 억제제, GLP-1RA, 스타틴, 혈압 조절 등)이 시술보 다 훨씬 더 큰 예방효과를 낸다. 하지만 이 약제들은 정기적 인 모니터링과 지속적 관리 없이는 효과가 떨어진다. 그래 서 1차 의료기관에서 꾸준한 추적을 맡아야 환자를 안전하 게 5년, 10년, 20년 뒤까지 지킬 수 있다.
이처럼 1차 의료기관이 제 역할을 하는 것만으로도 심각 한 병증을 적당한 수준으로 관리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 사 회 전체의 의료 비용(개인)과 기금 재정 상태(국가)를 개선 시킬 수 있다.
비만 당뇨 환자에게 인슐린을 과하게 쓰면 오히려 살 이 찐다고?
많은 비만 당뇨 환자가 늘 조심해야 하는 게 바로 인슐린 저항성의 악화이다. 혈당이 높다고 인슐린(또는 고용량 설 폰요소제)을 과하게 쓰는 경우가 있다. 이때 혈당이야 좀 떨 어지지만, 동시에 저혈당이 생기면서 식탐이 올라가고 지방 축적이 더 쉬워지기 때문에 환자는 점점 더 살이 찌고, 더 많 은 인슐린이 필요해지는 악순환이 생길 수 있다.

인슐린이 잘 듣지도 않는데 인슐린용량만 무조건 올리는 것은 위험하다. 상황이 더 악화되기만 하고, 무엇보다 CKM 관점에서 심혈관 위험을 높이는 길이다.
매우 심한 인슐린저항성이 동반된 환자에서는 인슐린치 료보다는 우선 GLP-1 수용체 작용제가 가장 강력한 첫 번 째 옵션이다. 이 약은 식욕을 줄이고 포만감을 오래 유지시 키는 호르몬 기반 약제라, 환자는 자연스럽게 식사량이 줄 어든다. 혈당 조절과 체중 감소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실 제적인 치료라 할 수 있겠다. 최근에는 위고비나 마운자로 처럼 체중 감소 효과가 더 큰 약제들도 사용된다.
두 번째로는 SGLT2 억제제이다. 이 약은 열량을 소변으 로 빠져나가게 해주는 기전이다. 그래서 체중 증가를 억제 하고, 인슐린 필요량을 줄여주는 장점이 있다. 말하자면 '인슐린 저항성 측정실 인슐린 의존성을 끊어주는 보조 장치' 같은 역할을 한다.
세 번째는 인슐린민감도를 호전시키는 TZD의 사용을 고 려해볼 수 있다. TZD는기능이상 지방조직을 반대로 호전시 켜주는 약이다. 인슐린저항성을 개선시키는데 이만한 약이 없다. 하지만 체중이 늘기 때문에 비만 환자에게 쓰기가 조 금 곤란할 수도 있다. 그래서 체중을 감소시키는 SGLT2i 를 병용 처방한다면 이 부작용을 완화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다행히도 최근에 급여 인정도 되는 상황이다.

마지막으로는 어쩔 수 없이 인슐린치료(고용량 설폰요소 제)를 하더라도 인슐린을 최대한 늦추고, 필요한 경우에도 최소 용량만 쓰는 전략이다. 기저 인슐린만 아주 소량 쓰거 나, 식욕 증가가 적은 타입으로 조정해 체중 증가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결론적으로는 비만환자에서게 인슐린을 쓸때는 인슐린 저항성을 꼭 확인하고 치료를 해야한다. 이를 위해, 본 병원 은 인슐린저항성 검사(kitt)를 시행한다. 이 검사는 저혈당 도 유발될 수 있는 복잡하고 까다로운 검사이지만, 인슐린 까지 맞는 진행된 당뇨병환자에서 인슐린저항성을 비교적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어서다. 반면 이와 비교되는 HOMA- IR방법은 인슐린분비가 무너진 진행된 당뇨병환자에게는 정확도가 떨어진다.
야채 김밥을 먹어도 유독 혈당이 튀는 사람이 있는데
같은 음식을 먹어도 사람마다 혈당 반응이 다른 이유는 장내 미생물 구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식단은 "좋은 음식·나쁜 음식"이 아니라 내 몸이 어떻게 반응하느냐가 훨 씬 더 중요하다.
이걸 가장 정확하게 알아낼 수 있는 도구가 바로 CGM(연 속혈당측정기) 이다. 사용도 간편하다. 1~2주 동안 평소 먹 던 음식을 그대로 먹어보고, 식후 2시간까지의 CGM 곡선을 확인하면 바로 "나와 맞는 음식·안 맞는 음식"이 드러난다.
참고로 보통 식후 최고치가 180mg/dL 이하면 좋은 반응, 200 이상 급상승하면 나와 맞지 않은 음식이다. 그리고 특정 음식이 혈당을 많이 튀게 한다면 먹는 순서와 조합을 바꿔 다시 실험해보면 된다. 이때 단백질·지방을 먼저 먹고 탄수 화물을 나중에 먹는 방식만으로도 CGM 그래프가 훨씬 안 정적으로 바뀐다.
식단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환자들을 위해 병원에서 직접 재배중인 야채들
결국 CGM은 식단을 제한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내 몸 이 좋아하는 식사 패턴을 찾게 해주는 맞춤형 지도다. 이걸 활용하면 억지로 참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혈당이 안정되는 "나만의 식단"을 만들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