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건호 서울성모병원 명예교수(윤건호엔도내과의원 원장)는 국내는 물론 세계 당뇨병 의학계에서도 존재감이 큰 의사다. 그는 아시아인 당뇨병의 특성을 규명해 전 세계 내과의사들이 보는 교과서인 ‘헤리슨’의 내용 일부를 바꿨다. /우먼센스
국내 당뇨병 인구는 약 600만명이다. 여기에 전당뇨 인구 1500만명을 더하면 당뇨병 위험군은 2000만명을 넘는다. 비만 또한 사정은 비슷하다. 그래서 당뇨와 비만을 ‘국민병’이라고 부른다.
당뇨병은 혈액 속에 포도당이 너무 많은 상태다.
이를 고혈당이라고 하는데, 고혈당 자체는 질환이 아니지만 합병증으로 진행되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당뇨병성 망막병증은 실명을 낳고 당뇨병성 콩팥병은 투석까지 갈 수 있다. 당뇨발이 심해지면 발을 절단해야 할 수도 있다.
윤 교수에 따르면 당뇨병 예방, 관리를 위해서는 세 개 숫자를 기억해야 한다. 126, 110, 100이다. 윤 교수는 “당뇨병은 공복혈당 126(mg/dL) 이상을 말하지만 공복혈당 100과 110도 매우 중하다”고 했다. 공복혈당 100 미만은 정상이다. 하지만 공복혈당 100 이상, 126 미만은 전당뇨로서, 당뇨병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다. 전당뇨는 다시 둘로 나눠서 110 미만이면 당뇨병으로 가는 비중이 높지 않고 나쁜 습관 몇개만 고쳐도 정상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110 이상의 전당뇨는 10% 이상이 1년 안에 당뇨병이 되기 때문에 경각심을 가지고 생활 습관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당뇨병의 가장 큰 원인은 인슐린 기능 저하와 비만이다
인슐린은 포도당이 세포 안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세포 문을 열어주는 호르몬이다. 이러한 인슐린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쉽게 혈당이 올라간다. 비만은 당뇨와 4촌 간이라고 할 만큼 둘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비만은 정상인에 비해 당뇨병 위험을 6.5배 높이고 초고도비만은 43.4배나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2021년을 기준으로 한국인의 비만율은 37.3%이다. 남성은 48.8%로 절반에 육박한다. 특히 40대 남성 비만율은 54.1%에 이른다.
당뇨병 주요 원인은 남녀가 다르다.
윤 교수는 “남성은 과다한 음식 섭취가 특히 문제이고 여성은 적은 근육량이 가장 큰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포도당은 근육 세포가 주로 소모하는데, 여성은 근육량이 적기 때문에 조금만 먹어도 쉽게 비만해지고 당뇨병에 취약해진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여성은 탄수화물을 너무 많이 섭취하는 경향이 있어서 근력 운동과 함께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고 단백질 섭취를 늘이라고 권한다”고 했다.
여성 당뇨 인구는 폐경 이후에 급증한다. 2022년 한 해 동안 당뇨병으로 병원을 찾은 여성은 40대의 경우 10만9947명이지만 50대는 29만3541, 60대는 49만2861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윤 교수는 “폐경기 이후 여성에서 당뇨병이 급증하는 이유는 여성호르몬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체지방이 늘어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당뇨관리는 초기가 중요하다.
전단계 당뇨일 경우는 운동, 식이조절을 통해 체중을 줄이면 80%는 정상으로 회복된다. 이미 당뇨병이 왔을 경우 약 복용과 생활 습관 개선을 통해 철저하게 대처하면 일부는 정상으로 돌아오고, 당뇨 합병증 진행을 최대한 늦출 수 있다. 윤 교수는 “당뇨병이 오래되면 정상으로 회복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지만 진단된 지 몇 년 안 된 환자들은 상당수가 정상으로 회복된다”며 “비만인 사람이 체중을 10kg 이상 줄이면 당뇨병이 없어지는 경우를 많이 봤다”고 강조했다.
비만은 섭취하는 에너지양에 비해 에너지 소비가 적어서 일어난다. 쓰고 남는 에너지는 지방으로 변해 저장되는데, 지방이 과도하게 쌓이면 대사이상이 온다. 당뇨병은 대표적인 대사이상질환이다.
비만에서 내장지방이 특히 문제다. 지방 조직은 크게 피하지방, 내장지방으로 나뉜다. 엉덩이와 허벅지에 많은 피하지방은 몸의 구조를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이와 달리 내장지방은 에너지 저장고의 역할만 하는데, 내장지방이 넘치면 간에서 인슐린 저항성을 유발해 공복 혈당이 더 많이 올라간다.
윤 교수는 “비만 해소를 위해서는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고, 유산소 운동을 해서 에너지 소모율을 늘려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근육 운동도 병행해 에너지 소모 능력을 키워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연속 혈당 측정기 등 디지털 기기를 활용해 혈당과 비만 관리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당뇨관리 10계명
1 여성은 특히 폐경 이후 당뇨병을 조심하라.
2 여성 당뇨병 치료는 근육량 늘리기가 중요하다.
3 공복 혈당 110mg/dL 미만일 때 정상으로 돌려라.
4 공복 혈당 126mg/dL 이상이면 합병증을 조심하라.
5 근육량이 적은 여성, 노후 당뇨병을 대비하라.
6 채소, 고기, 밥 ‘채단탄’ 식사 순서를 지켜라.
7 오후 7시부터 12시간 동안 공복을 유지하라.
8 피하지방이 아니라 내장지방이 문제다.
9 체중을 10kg 줄이면 당뇨병에서 벗어날 수 있다.
10 당뇨병에 걸려도 대범하게 대응하라.
당뇨병은 올바른 혈당관리를 위해 교육이 매우 중요하다.
윤건호 엔도내과원장님은 당뇨인 의 당뇨관리를 위해 정기적인 당뇨교육을 중요시 하고 있으며,
오는 8월말 30만 당뇨환우회 서울지회(당뇨와건강)에서 진행하는 당뇨학교에서 당뇨인과 가족을 위한 건강한 삶을 위한 강의를 진행할 예정이다./당뇨신문
윤건호 교수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를 지냈으며 현재 명예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진료부원장, 가톨릭중앙의료원 기획조정실장, U-헬스케어 사업단장을 거쳤다. 대한당뇨병학회 이사장, 대통령 직속 4차산업위원회 내 디지털헬스케어 특별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국가 만성질환 관리 추진위원회 위원장에 재임 중이다. 지난 2월 서울성모병원을 정년 퇴임한 후 서울 서초동에 윤건호엔도내과의원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