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기다리는 동안
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은 시가 되고 이별은 별이 되는 것』 (예담/p.62, 2015)
빈손으로 휴가 나온 졸병이
담배 연기 자욱한 다방에서 엽차 한 잔 시켜 놓고 기다린다
데이트 비용을 구해 온다고 나간 애인은 아직이다
한 시간이 지났다, 레지 아가씨가 차 주문을 독촉한다
기다려 달라는 말로 얼버무린다
두 시간이 지났다, 주인 마담이 왔다 갔다 한다
시선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고개를 숙인다
세 시간이 지났다
샷시 출입문 열리는 소리가 날 때마다 희망과 절망이 교차한다
다른 곳으로 장소를 옮기고 싶어도 연락 방법이 없다
네 시간이 지났다, 공포가 엄습해 온다
무슨 사고가 난 건 아닐까, 속이 타들어 간다
천마산 왕복 훈련보다 힘든 시간이 지속됐다
두 시에 헤어진 그녀는 여덟 시 지나서야 왔다
안도의 기쁨으로 눈시울이 뜨거웠다
여섯 시간 동안 내 마음은 온통 그녀에게 빼앗기고 있었다
지금은 빼앗겨 주고 싶어도 빼앗으려는 사람이 없다
시대 탓만은 아니다.
안성우
시인/경제학박사
㈜한라엠앤디 대표이사
유한대학교 경영학부 겸임교수 엮임
계간 『인간과 문학』등단
시집 『가면의 시대』
에세이 『5무 인생의 평범한 성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