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세차게 비바람,
천둥번개가 친 날 아침,
마당에 나가니 꽃밭이 엉망이다.
비에 그랬는지
바람이 그랬는지
연약한 꽃들이 모두 바닥에 쓰러져 있다.
단순 쓰러진 것들은
묶어 주기만해도
다시 힘차게 일어나는데,
부러진 것들이 있어
몇 가지를 주워 가지고
들어와 유리 잔에 꼽아 놓았다.
제대로 서지도 못하고 비실 거리더니
한 나절이 지나니 다시 생기가
돋아 제대로 서 있는데,
한줄기는 부러지고 꽃도 통째 떨어졌다.
아직은 고운 빛깔이 남아있지만
곧 시들어지겠지.
내가 아무리 애써도
안되는 일은 안되는 것이다.


정지태
고려의대 명예교수, 사진작가, 화가
대한의학회 회장
고려의대 의과대학 학장
대한 소아천식및아레르기 학회 이사장
정지태 개인 사진전 [세상의 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