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관리주치의, 치료 지속성 높이고 중증도 진행 늦췄다
심평원 시범사업 평가…행동심리증상·우울증도 개선
환자·가족 부담 줄이는 지역사회 치매관리 가능성 확인…지속 참여율·통합관리 확대는 과제

치매환자가 지역사회에서 한 명의 주치의에게 지속적으로 진료와 관리를 받는 ‘치매관리주치의 시범사업’이 치료 지속성을 높이고 치매 중증도 진행을 지연시키는 데 긍정적인 효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특히 치매환자와 가족에게 큰 부담이 되는 행동심리증상과 우울증도 감소한 것으로 확인돼, 지역사회 중심 치매관리체계가 환자의 일상생활과 가족의 돌봄 부담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가능성이 제시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8월 7일 ‘치매관리주치의 시범사업의 효과 평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치매관리주치의 시범사업은 치매환자가 거주 지역에서 치매뿐 아니라 고혈압·당뇨병 등 다른 건강문제까지 지속적으로 치료·관리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2024년 7월 시작됐다.정부가 치매국가책임제와 치매관리종합계획을 통해 치매관리체계를 확대해 온 가운데, 이번 연구는 실제 주치의 관리가 환자의 진료 지속성과 증상 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평가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5974명 참여…치매전문관리 이용이 94.8%
2025년 12월 31일까지 시범사업에 참여한 의료기관은 62개소, 치매관리주치의는 77명이었다. 서비스를 이용한 치매환자는 총 5974명으로 집계됐다.이 가운데 치매 자체를 중심으로 관리하는 ‘치매전문관리 서비스’를 이용한 환자는 5655명으로 전체의 94.8%를 차지했다.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질환을 치매와 함께 관리하는 ‘통합관리 서비스’ 이용자는 319명으로 5.3%에 그쳤다.
치매환자의 상당수가 고령이며 여러 만성질환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치매뿐 아니라 전반적인 건강상태를 함께 관리하는 통합서비스 확대가 중요한 과제로 평가된다.
주치의 등록 후 진료집중도
88.5%→95.5%
환자 치료 측면에서 가장 뚜렷한 변화 가운데 하나는 치료의 지속성 향상이었다.시범사업 등록 치매환자의 진료집중도는 등록 전 88.5%에서 등록 후 95.5%로 7.1%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치매환자가 여러 의료기관을 단편적으로 이용하기보다는 주치의를 중심으로 지속적인 치료와 관리를 받는 비율이 높아졌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치매는 단기간 치료로 끝나는 질환이 아니라 장기간 약물치료와 인지기능, 행동 변화, 일상생활능력을 함께 관찰해야 하는 질환이다. 따라서 동일한 의료진이 환자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확인하는 것은 치료 과정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약물치료의 지속성도 개선됐다.시범사업 등록 환자의 치매 약물순응도는 대조군보다 2.6%포인트 높았다. 특히 중증 치매환자에서는 대조군보다 4.6%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약 복용을 잊거나 중단하기 쉬운 고령 치매환자에게 주치의의 지속적인 관리가 복약 유지에 도움이 될 가능성을 보여주는 결과다.
치매 중증도 지표 CDR
대조군보다
0.25점 낮아
치매의 진행 정도에서도 긍정적인 결과가 확인됐다. 시범사업에 등록한 치매환자의 임상치매척도(CDR)는 대조군보다 0.25점 낮았다. CDR은 기억력, 판단력, 사회생활, 가정생활과 취미, 개인위생 등 여러 영역을 종합해 치매 중증도를 평가하는 지표다.
이번 결과는 주치의 관리가 치매를 치료하거나 완전히 진행을 막는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지속적인 진료와 관리가 치매 중증도의 진행을 늦추는 데 기여할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치매 환자와 가족 입장에서는 인지기능의 작은 변화도 독립적인 생활 가능 기간과 돌봄 부담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가족이 가장 힘들어하는 행동심리증상도 감소
환자와 보호자의 삶의 질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행동심리증상(BPSD) 역시 개선됐다.행동심리증상은 치매환자에게 나타날 수 있는 초조, 공격성, 망상, 배회, 수면장애, 우울·불안 등 인지기능 저하 이외의 다양한 증상을 의미한다.
이러한 증상은 환자의 일상생활을 어렵게 할 뿐 아니라 가족과 보호자의 돌봄 부담을 크게 높이는 주요 원인이다.연구 결과 행동심리증상은 평균 4.4개에서 2.6개로 1.8개 감소했다.단순히 인지기능 변화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환자와 가족이 실제 생활에서 체감할 수 있는 증상이 줄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결과다.
우울증 평가 11.87점→6.89점
치매환자의 정신건강 지표도 개선됐다. 우울증 평가에 사용되는 PHQ-9 점수는 11.87점에서 6.89점으로 4.98점 감소했다.
치매환자에게 우울증은 비교적 흔하게 동반되며 의욕 저하와 사회적 고립, 치료 순응도 저하뿐 아니라 가족의 돌봄 부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치매 진료에서 기억력 저하만 관리하기보다는 환자의 정서상태와 행동 변화까지 함께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이번 결과가 다시 보여준다.
교육·상담 3회 이상 받은 경증 환자, 요양병원 입원 감소
의료이용 결과에서는 다소 엇갈린 결과도 나타났다. 전체 시범사업 등록 환자의 요양병원 입원율은 대조군보다 1.6%포인트 높았다.그러나 교육과 상담 서비스를 3회 이상 받은 경증 치매환자에서는 요양병원 입원율이 오히려 2.9%포인트 감소했다.
이는 단순히 주치의에게 등록하는 것보다 환자와 가족이 반복적으로 교육과 상담을 받고 질환을 관리하는 과정이 중요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치매 초기 단계부터 약물 복용, 일상생활 관리, 이상행동 대처법, 동반질환 관리 등에 대한 충분한 교육을 제공하면 환자가 지역사회에서 생활할 수 있는 기간을 연장하는 데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
지속 참여 환자
12.4%…제도 확대 전 풀어야 할 과제
긍정적인 결과와 함께 개선해야 할 문제도 확인됐다.연구진은 시범사업에 지속적으로 참여한 환자 비율이 12.4%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또 치매와 만성질환을 함께 관리하는 통합관리 서비스 참여율도 5.3%에 머물렀다. 현재 서비스가 치매 중증도에 따라 충분히 차별화돼 있지 않다는 점도 문제로 제시됐다.
연구책임자인 김기영 주임연구원과 최지숙 연구위원은 향후 사업을 일차의료의 핵심 기능을 중심으로 재정립하고, 치매뿐 아니라 환자의 일반적인 건강상태까지 포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경증·중등도·중증 환자의 상태에 따라 관리 서비스의 내용과 강도를 달리하는 체계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역사회 연계도 중요한 과제다.
치매관리주치의를 중심으로 치매안심센터와 지역사회 돌봄자원이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환자가 병원 진료뿐 아니라 일상생활과 돌봄까지 지속적으로 지원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치매환자와 가족에게 중요한 것은 ‘지속적으로 관리받는 것’
이번 연구 결과가 시사하는 핵심은 치매환자에게 주치의가 있다는 것 자체보다 같은 의료진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진료·상담·교육을 받는 관리체계를 만드는 것에 있다. 치매는 환자 개인의 질환에 그치지 않는다. 병이 진행될수록 투약 관리와 식사, 낙상 예방, 배회와 이상행동 대응 등 가족의 돌봄 부담도 함께 증가한다.
따라서 치매 치료의 목표 역시 단순히 인지기능검사 점수만 유지하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 치매의 진행을 가능한 한 늦추고 행동심리증상을 줄이며, 환자가 익숙한 지역사회에서 생활할 수 있는 기간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홍승권 심평원장은 이번 연구에서 치매환자가 주치의에게 지속적으로 치료와 관리를 받을 수 있었으며 치매 중증도 진행 지연과 증상 완화 등 긍정적인 효과가 확인됐다고 밝혔다.이어 시범사업 개선을 통해 환자가 지역사회에서 치매전문관리와 포괄적 건강관리를 함께 받고 환자와 보호자의 삶의 질까지 향상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결과는 치매관리주치의 제도가 지역사회 치매관리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만 시범사업 결과를 실제 국가 치매관리 정책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낮은 지속 참여율을 높이고, 중증도별 관리체계를 세분화하며, 가족 상담과 지역사회 돌봄 연계를 강화하는 후속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