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 혈당측정기 국내 유통 제품 실태 조사
브랜드는 달라도 외형·화면은 유사…해외 직구·구매대행 틈새로 들어오는 ‘손목 혈당시계’
제품명 수시 변경, 허가번호와 제조책임자 확인 어려워…유통 감시 사각지대 우려
[의료기기·환자안전 기획]
국내 소비자가 손목형 혈당측정기를 접하는 경로는 주로 온라인이다.
포털 쇼핑검색, 오픈마켓, 해외 직구 플랫폼, 구매대행 사이트와 SNS 광고에서 ‘비침습 혈당 스마트워치’, ‘무채혈 혈당시계’, ‘혈당·혈압·심전도 측정 시계’ 등의 이름으로 제품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공개 판매정보만으로는 해당 제품이 국내에서 정식 혈당측정 의료기기로 허가됐는지, 광고된 기능이 실제 허가범위에 포함됐는지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온라인 플랫폼에서 의료기기를 구매할 때 허가·인증·신고된 제품인지 확인해야 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 조사 방법과 한계
이번 조사는 국내에서 접근 가능한 온라인 판매페이지와 검색 노출 광고의 공통적인 유통 양상을 분석한 정성적 조사다.
특정 날짜에 판매된 전체 제품 수나 시장규모를 집계한 전수조사는 아니다. 판매페이지는 수시로 생성·삭제되고 상품명과 판매자가 변경되기 때문에 동일 제품의 중복 여부를 정확히 확정하기 어렵다.
또한 당뇨신문이 개별 제품을 구매해 성능을 시험하거나 제조사의 내부 임상자료를 검증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이번 기사는 특정 제품 전체를 ‘가짜’ 또는 ’불법’으로 단정하기보다, 소비자가 국내 유통 제품을 확인할 때 발견되는 구조적 문제에 초점을 맞췄다.
■ 실태 1. 국내 제조·정식 수입보다 해외 직구와 구매대행 중심
손목형 비침습 혈당제품은 국내 의료기기 전문 유통망보다 해외 직구 또는 구매대행 형식으로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
해외 판매자가 직접 배송하거나 국내 사업자가 구매 절차를 대행하는 구조에서는 소비자가 정식 수입 의료기기와 개인사용 목적의 직구제품을 구분하기 어렵다.
해외 직구는 가격과 접근성 면에서는 편리하지만, 국내 허가와 품질관리, 한글 표시, 사후관리와 피해보상 측면에서 정식 수입제품과 차이가 날 수 있다.
식약처는 해외 직구와 온라인 유통 증가에 대응해 안전관리를 강화해 왔으며, 혈당측정기와 인슐린주입기처럼 자가사용에 주의가 필요한 의료기기의 안전한 사용을 정책과제로 다루고 있다.
문제점
구매대행이라는 유통형태가 제품의 의료기기 허가를 대신하지는 않는다. 국내 소비자를 대상으로 혈당측정 효능을 광고한다면 정식 의료기기 허가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 실태 2. 동일하거나 유사한 제품이 여러 브랜드로 판매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제품 중에는 외형과 화면 구성, 센서 배열, 충전방식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화면이 유사하지만 브랜드명은 서로 다른 사례가 확인된다.
이는 하나의 제조사가 생산한 범용 제품에 판매자가 각기 다른 상표를 붙이는 OEM·ODM 또는 이른바 화이트라벨 유통일 가능성이 있다. 다만 외형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제조사가 반드시 동일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문제점
제품명과 브랜드가 계속 바뀌면 다음 사항을 추적하기 어렵다.
· 실제 제조업체
· 제조공장
· 품질관리 책임자
· 임상시험 대상 모델
· 소프트웨어 버전
· 제품 회수 여부
· 소비자 피해 발생 시 책임주체
브랜드보다 제조사명과 정확한 모델번호가 더 중요한 이유다.

■ 실태 3. 제품명에 ‘혈당측정기’ 대신 우회 표현 사용
일부 판매페이지는 상품명을 ‘건강관리 스마트워치’, ‘다기능 건강시계’, ‘시니어 건강밴드’ 등으로 표시하면서 제품 이미지와 상세설명에서는 혈당 수치를 강조한다.
다른 제품은 검색 노출용 키워드에는 ‘혈당측정’을 사용하지만 본문에는 ‘혈당 참고’, ‘혈당 추세’, ‘건강지수’ 등으로 표현을 낮춘다.
문제점
상품 분류는 일반 전자제품처럼 해 놓고 광고는 의료기기처럼 하는 이중적인 판매방식이 나타날 수 있다.
소비자는 상품 카테고리보다 상세페이지에 표시된 사용 목적과 허가정보를 확인해야 한다.
■ 실태 4. 혈당·혈압·심전도·요산·지질까지 하나의 시계로 측정한다고 광고
일부 손목형 제품은 혈당뿐 아니라 혈압, 심전도, 혈중지질, 요산, 체온, 산소포화도 등 여러 건강지표를 한 번에 측정한다고 광고한다.
한 제품이 여러 생체신호를 제공할 수는 있지만 각각의 측정 기능은 별도의 원리와 검증이 필요하다.
특히 혈당, 혈중지질과 요산은 단순히 손목의 광학신호만으로 임상검사와 같은 값을 얻을 수 있는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문제점
기능이 많다는 것이 정확도가 높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한정된 손목센서로 서로 다른 혈액검사 수치를 모두 산출한다면 각 지표가 직접 측정값인지 알고리즘 추정값인지 확인해야 한다.
■ 실태 5. 허가번호가 없거나 확인하기 어려운 판매페이지
온라인 판매페이지 중에는 제품 사양과 건강기능은 상세히 소개하지만 국내 의료기기 허가번호, 품목명과 수입업체 정보가 눈에 띄게 제시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일부는 인증서 이미지를 올리지만 글자가 작거나 제품명과 모델번호가 명확하게 보이지 않아 실제 판매제품과의 일치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
문제점
정식 의료기기라면 소비자가 제품명과 허가정보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허가번호가 전혀 없거나 문의해도 제공하지 않는다면 혈당측정 의료기기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 실태 6. 외국어 인증서를 국내 의료기기 허가처럼 제시
중국어 또는 영어로 된 시험성적서와 인증서를 여러 장 게시하는 판매페이지도 있다.
하지만 외국어 문서의 제목만으로는 해당 문서가 무엇을 인증하는지 알기 어렵다.
실제로는 다음과 같은 문서일 수 있다.
· 전자파 시험
· 배터리 안전시험
· 무선통신 적합성
· 품질경영시스템
· 공장 등록
· 상표등록
· 디자인 특허
· 일반제품 시험성적서
문제점
이들 문서는 제품의 전기적 안전이나 제조관리를 보여줄 수 있지만 혈당측정 정확성을 자동으로 증명하지 않는다.
■ 실태 7. 판매페이지 하단에 면책문구 삽입
광고 상단에서는 ’혈당측정’과 ’당뇨관리’를 강조하다가 하단에 “의료용이 아니며 수치는 참고용”이라고 표시하는 사례가 있다.
문제점
소비자는 상단의 큰 제목과 이미지에 먼저 영향을 받는다. 면책문구를 넣었다고 해서 의료기기처럼 보이게 만든 광고의 오인 가능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특히 고령 소비자는 작은 글씨로 표시된 면책내용을 확인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 실태 8. 정상적인 혈당변화처럼 보이는 그래프 제공
스마트폰 앱에는 하루 동안 혈당이 오르내리는 것처럼 보이는 곡선이 표시되기도 한다.
그래프는 사용자에게 제품이 실제로 혈당을 계속 측정하고 있다는 강한 인상을 준다.
그러나 그래프가 어떤 원자료로 만들어졌는지, 측정 실패값은 어떻게 처리되는지, 식사와 운동정보가 알고리즘에 반영되는지 공개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문제점
실제 혈당을 직접 감지한 그래프인지, 생체신호와 시간대에 따른 추정곡선인지 소비자가 구별하기 어렵다.
■ 실태 9. 국내 고객센터와 사후관리 불명확
해외 직구제품은 앱 연결 실패, 충전 불량, 센서 오류와 수치 이상이 발생했을 때 국내에서 전문적인 지원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
판매자가 단순 반품이나 교환만 처리하고 측정 오류의 임상적 의미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도 예상된다.
문제점
혈당측정기는 단순 생활가전과 달리 잘못된 정보가 치료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제품 오류 신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회수와 안전성 공지를 담당할 국내 책임주체가 필요하다.
■ 실태 10. 환자 후기 중심으로 신뢰 형성
판매페이지에는 “병원 혈당과 거의 같았다”, “부모님 선물로 좋다”, “당뇨환자에게 유용하다”는 후기가 강조된다.
하지만 후기의 실제 작성 여부, 제공받은 제품인지, 몇 차례 비교했는지와 비교에 사용된 기기가 무엇인지 확인하기 어렵다.
문제점
혈당측정기 정확성은 개인 후기 몇 건이 아니라 표준화된 임상시험으로 검증해야 한다.
■ 국내 유통 구조에서 드러난 5가지 핵심 문제
1. 제품의 정체가 불분명하다
스마트워치인지 의료기기인지 판매페이지에서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다.
2. 제조·수입 책임주체가 흐릿하다
브랜드와 판매자가 수시로 바뀌고 해외배송 구조가 많아 책임소재를 확인하기 어렵다.
3. 광고와 면책문구가 충돌한다
전면에서는 혈당측정을 강조하면서 하단에서는 참고용이라고 밝힌다.
4. 인증의 의미가 혼용된다
전자제품 관련 인증이 혈당 정확성을 검증한 의료기기 허가처럼 사용될 수 있다.
5. 환자 위해 가능성이 과소평가된다
잘못된 혈당값이 인슐린 투여와 저혈당·고혈당 대응에 영향을 줄 수 있음에도 일반 건강기기처럼 판매된다.

■ 정부와 플랫폼이 점검해야 할 사항
식품의약품안전처
· 손목형 혈당제품의 국내 허가 여부 집중점검
· 해외 직구·구매대행 광고 모니터링
· 의료기기가 아닌 제품의 혈당측정 광고 차단
· 소비자 대상 공식 경고와 제품 확인법 안내
· 의심 제품의 성능검사와 위해성 평가
온라인 플랫폼
· 혈당측정 키워드 상품의 허가번호 제출 의무화
· 의료기기와 일반 스마트워치 카테고리 분리
· 무허가 제품의 광고 자동탐지
· FDA·CE 등 인증문구 검증
· 판매 중단 후 동일 제품 재등록 방지
관세·통관 당국
· 반복적으로 대량 반입되는 구매대행 제품 점검
· 개인사용과 상업적 유통의 구분 강화
· 안전성 우려 제품 정보의 관계기관 공유
의료계와 환자단체
· 검증되지 않은 손목제품 사용 여부 문진
· 인슐린 투여에 사용하지 않도록 교육
· 이상사례와 피해사례 수집
· 고령 환자 대상 구매주의 안내
■ 소비자가 확인해야 할 체크리스트
제품 구매 전 다음 질문에 하나라도 명확한 답이 없다면 의료용 혈당측정기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 국내 혈당측정 의료기기 허가번호가 있는가
· 정식 제품명과 모델명이 확인되는가
· 국내 제조사 또는 수입업체가 표시돼 있는가
· 혈당을 혈액·조직액·광학신호 중 무엇에서 측정하는가
· 임상시험이 실제 판매제품으로 수행됐는가
· 저혈당과 고혈당 구간의 정확도가 공개됐는가
· 수치를 인슐린 투여 결정에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됐는가
· 오류나 피해 발생 시 연락할 국내 책임업체가 있는가
■ 당뇨신문 기자 분석
국내에서 판매되는 손목형 혈당제품의 문제는 단순히 해외에서 만들어졌다는 데 있지 않다.
핵심은 제품의 정체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일반 스마트워치가 의료용 혈당측정기처럼 소비자에게 전달된다는 점이다.
판매자는 ‘AI’, ‘광학센서’, ‘비침습’, ’FDA 기술’과 같은 표현을 이용해 첨단 의료기기라는 이미지를 만들지만, 정작 혈당을 어떤 원리로 측정하는지와 국내 허가번호, 임상 정확도 자료는 쉽게 확인하기 어렵다.
이 같은 유통구조는 특히 반복 채혈에 부담을 느끼는 환자, 고가의 CGM 사용이 어려운 환자와 디지털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에게 더 큰 위험이 될 수 있다.
정부의 대응도 단순히 제품 몇 개를 삭제하는 수준에서 끝나서는 안 된다.
판매자가 상품명을 바꾸거나 다른 쇼핑몰에 다시 등록하는 구조를 고려해, 혈당측정 관련 키워드와 이미지, 인증표현을 함께 분석하는 상시 모니터링 체계가 필요하다.
온라인 플랫폼 역시 “판매자가 등록한 정보일 뿐”이라는 태도를 벗어나 의료정보를 제공하는 상품에 대해 허가번호와 광고근거를 확인할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 연속기획 결론
비침습 혈당측정은 미래 기술이지만, 현재의 모든 손목시계가 그 미래를 구현한 것은 아니다
손목시계만으로 정확한 혈당을 측정할 수 있다면 당뇨병 관리의 부담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그 가능성을 부정할 이유는 없다. 세계 여러 연구기관과 기업이 비침습 혈당측정을 개발하고 있으며 기술은 계속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온라인에서 판매된다는 사실, 센서가 켜진다는 사실, 숫자와 그래프가 표시된다는 사실만으로 의료기기의 정확성이 입증되는 것은 아니다.
FDA는 스마트워치나 스마트링 자체가 혈당을 측정하거나 추정하도록 설계된 제품을 승인한 적이 없다고 경고했다.
당뇨병 환자가 믿어야 할 것은 광고 속 화려한 기술용어가 아니라 규제기관의 허가, 임상시험과 재현 가능한 정확도다.
혈당을 제대로 측정하지 못하는 기기보다 더 위험한 것은, 환자에게 정확하게 측정하고 있다고 믿게 만드는 기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