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그랜드 워커힐에서 대한부정맥학회 '정기국제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심방세동 팩트시트 2024'를 공개했다.
대한부정맥학회 정기국제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성정훈 진료지침이사(분당차병원 심장내과 교수, 왼쪽)와 최의근 학술이사(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가 질의응답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팩트시트는 심방세동에 대한 2013~2022년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를 정리한 것으로, 국내에서 처음으로 심방세동을 주제로 발간한 팩트시트다.
전체 심방세동 유병률, 2013년 1.1%→2022년 2.2%, 80세 이상 유병률, 2013년 7.4%→2022년 12.9%
국내 심방세동 유병률은 2013년 1.1%에서 2022년 2.2%로 최근 10년 동안 2배 증가했다. 60대 이상 인구에서 심방세동 유병률은 2013년 3.9%, 2022년 5.7%로 증가했고 환자 수는 2.3배 늘었다.
심방세동 환자의 평균 나이는 2022년 기준 70.3세로 점차 고령화
특히 고령 인구에서 심방세동 유병률이 큰 폭으로 증가해, 80대 이상 인구에서 2013년 7.4%, 2022년 12.9%로 조사됐다. 심방세동 환자의 평균 나이는 2022년 기준 70.3세로 점차 고령화되고 있었다.
대한부정맥학회 최의근 학술이사(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60세 이상 인구에서 질환 유병률이 4% 이상이면 국가건강검진에 포함될 수 있는 기준에 해당된다. 이번 팩트시트에서 심방세동 유병률은 해당 기준을 부합한다"며 "고령을 대상으로 심전도 검사를 한 번이라도 해볼 수 있다면, 무증상인 심방세동 환자를 발견해 뇌경색이 발생하기 전 예방적으로 약물치료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한부정맥학회 진은선 홍보이사(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심방세동을 진단하려면 심전도 검사를 반드시 해야 한다. 심방세동은 고령에서 많이 발생하는 질환이기 때문에 국가건강검진에 심전도 검사가 포함돼야 한다"며 "비용적 문제와 결과 판독자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으로, 이에 대한 학회 의견을 정부에 제시하고 있다. 앞으로 심전도 검사가 보편화돼 숨겨진 심방세동 환자를 찾을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부정맥 환자가 많은 비수도권 지역은 합병증을 예방하는 약물 처방률도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술을 통한 근본치료도 충분히 시행되지 않아, 치료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 지적이다.
부정맥은 맥박이 불규칙해지는 현상으로 질환명은 아니다. 심방세동, 상심실성 빈맥, 서맥형 부정맥, 심실성 부정맥 등이 포괄적으로 부정맥이라고 불린다. 두근거림, 어지러움, 실신, 가슴 답답함, 숨참 등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국내 심방세동 유병률은 2013년 1.1%에서 2022년 2.2%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고령 인구에서 환자 증가세가 두드러져 80세 이상의 유병률은 13%, 60세 이상은 5.7%로 보고됐다. 심방세동 환자의 평균 연령은 2022년 기준 70.3세로 나타났다.
심방세동 환자 중 1년 내 약 4명의 환자에게서 뇌졸중이 발생할 위험
연간 뇌졸중 위험 예측치(Predicted Annual Stroke Risk)는 3.6%로 파악됐다. 100명의 심방세동 환자 중 1년 내 약 4명의 환자에게서 뇌졸중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는 의미다. 뇌졸중 위험도를 평가하는 ‘CHA2DS2-VASc’ 점수는 평균 3.6점으로 집계됐다. 이 점수가 2점 이상인 환자는 뇌졸중 예방 조치가 필요한 상태로 평가된다.
최의근 학술이사(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국가건강검진에 심전도 검사가 포함돼, 60대 정도가 되면 한 번쯤은 검사할 수 있도록 학회 차원에서 노력하고 있다”라며 “증상이 없어서 모르고 있었던 환자를 발견해 뇌경색, 뇌졸중 등이 생기기 전에 선별적으로 치료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NOAC '처방률' 일본 10분의 1
노악 처방률, 환자 많은 전북 가장 저조…시술 치료는 일본 10분의 1
심방세동 환자는 심장에서 생긴 혈전이 떨어져 나가 뇌경색이 생길 위험이 크다. 이를 예방하려면 항부정맥제를 복용해야 하는데, 오랫동안 사용해온 약물인 ‘와파린(Warfarin)’은 가격이 낮지만, 약물 상호작용이 복잡하고 뇌출혈 위험성이 높은 한계가 있었다. 와파린의 대안으로 2013년 비타민K 비의존성 경구 항응고제 ‘노악(NOAC)’이 도입됐지만, 가격 부담으로 널리 사용되지 않았다. 이후 2015년부터 노악에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면서 환자들의 접근성이 대폭 완화됐다.
문제는 약물이 필요한 고령의 환자들이 집중된 비수도권 지역에서 오히려 처방률이 저조하다는 점이다. 지역별 심방세동 유병률은 노인 인구가 많고 의료 접근성도 떨어지는 전북과 전남이 각각 3.48%, 3.27%로 서울(1.9%)과 비교해 높았다. 반면 심방세동 환자에 대한 항부정맥제 처방률은 전북 64.9%, 전남 76.8%, 서울 80.5%로 서울이 가장 높았다.
최 이사는 “대도시, 신도시 등 젊은 인구가 많은 지역은 유병률이 떨어지지만, 노령 인구가 많은 지역에서는 유병률이 높다”라며 “대도시는 의료접근성이 높아 노악 처방률도 높지만, 전북처럼 의료접근성이 낮은 지역은 처방률도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라며 우려를 표했다.
2014 심방세동 치료 "건강보험 급여가 인정" 접근성이 개선
2014년부터 심방세동 치료를 위한 건강보험 급여가 인정되면서 접근성이 개선됐다. 전체 심방세동 환자에서 심방세동 시술 비율은 2013년 0.35%에서 2022년 0.71%로 2배 증가했다. 환자가 진단 후 1년 이내 시술을 받은 비율 역시 2013년 0.49%에 불과했지만, 10년간 꾸준히 증가해 2022년 기준 1.26%로 집계됐다.
최 이사는 “2022년 기준 약 7000명의 환자가 시술을 받았는데, 일본과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으로 여전히 많지 않다”라며 “보다 적극적인 치료 전략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시술 비율이 저조한 원인 중 하나로 ‘전문가 부족’이 꼽혔다. 일반 의사가 해당 시술을 하려면 인턴과 내과 전공의 등 수련 과정을 거쳐, 심장내과 전임의 2년과 부정맥 전문의 2년 근무를 경험해야 한다. 오랜 훈련 기간을 마쳐 복잡한 시술을 사고 없이 시행할 수 있는 인원 자체가 소수인 상황이다. 현재 학회로부터 부정맥중재시술 전문의 자격 인증을 받은 전문의는 전국에 약 221명이다.
성정훈 진료지침이사(분당차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서울 중심으로 소위 5대 병원으로 꼽히는 메이저 기관만 심뇌혈관 질환 응급환자 대응 체계가 유지되고 있으며, 나머지 지역에서는 아무리 대학병원이라도 응급처치가 가능한 의사가 드물다”라며 “의사도 사람이라서 매일 당직 근무를 하면서 살기는 불가능하다”라고 우려했다.
성 이사는 환자를 빨리 발견하고, 조기에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심장 관련 질환은 초기에 잘 치료하면 어느 정도 건강이 개선되지만, 나중에 증상이 나타나면 돌이킬 수 없는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라며 “검진으로 환자를 일찍 캐치해서 예방적인 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의료비 지출 측면에서도 이점이 크다”라고 설명했다.
국내 심방세동 환자의 특성은 노인환자가 70%, 고혈압환자 80.5%, 당뇨환자31.5% 순으로 만성질환 환자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