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여전히 당신

  • 등록 2024.02.07 08:0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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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앞 동산이 꽃을 피우느라 눈을 감았다 떴다 어지러운가 보다

좋은 시 몇 편 옮겨오는 나도 어질어질

눈가가 침침하다

 

아침부터 시 읽기에 잠기고 꽃 번짐에 잠기다

저 봄볕에 화르르 발가벗고 싶은 충동

 

몇 년째 코로나19 마스크를 하고

내뱉은 숨을 내가 다시 먹고 살아도

 

봄은 여전히 봄

당신은 여전히 당신이라고 읽는

이 기묘한 날들의 후렴구

 

-송영희 당신은 여전히 당신,(시인동네, 2023)

 


며칠 전 입춘이 지났다.

24절기의 첫 번째인 입춘은 봄이 옴을 알리는 절기이다.

예로부터 입춘이 되면 동풍이 불고 얼음이 풀리며

동면하던 벌레들이 깨어난다고 하였다.

그렇듯이 아무리 코로나가 창궐해도

한겨울 혹한과 눈사태가 휩쓸어도 봄은 어김없이 온다.

시집을 읽다 창문 밖을 바라보니 발가벗은 나뭇가지에 봄이 앉아있다.

시 읽기에 잠겨있던 나는

저 봄볕에 서 있는 나무처럼 발가벗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

햇볕이 눈썹에 달라붙는다. 어질어질하다.

침침한 눈으로 시집을 다시 펼친다.

나무는 나무, 나는 나, 봄은 봄,

당신은 여전히 당신이라고 읽는다.


-박미산(시인, 백석, 흰 당나귀 운영)

남형철 기자 hchna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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